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민세희
GLP-1 수용체 작용제 및 GIP/GLP-1 이중효능제의 임상적 도입은 당뇨병 치료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혈당 강하 효과뿐 아니라 의미 있는 체중 감소가 동반되면서, 기존 약물치료로는 달성하기 어려웠던 대사적 개선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체중 감소라는 성과 이면에는 반드시 점검해야 할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 바로 체중감소의 ‘질’, 즉 체지방과 제지방량의 구성 변화다.
체중 감소는 항상 지방 감소를 의미하지 않는다. 에너지 섭취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지방과 함께 골격근량 역시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고령 환자나 장기간 당뇨병을 앓아온 환자에서 더 두드러진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는 만성 염증, 인슐린 저항성,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신체활동 감소 등의 요인으로 인해 이미 근육 대사 측면에서 불리한 출발선에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태에서 GLP-1 기반 치료로 체중이 빠르게 감소하면, 의도치 않은 근감소가 가속화될 위험이 존재한다.
근육은 단순한 운동 기관이 아니라, 포도당 대사의 핵심 장기다. 식후 포도당의 상당 부분이 골격근에서 처리되며, 근육량 감소는 인슐린 감수성 저하와 직결된다. 따라서 근육이 줄어든 상태에서의 체중 감량은 단기적으로 혈당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혈당 변동성 증가, 기초대사량 감소, 기능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GLP-1 치료 이후 체중은 줄었지만 피로감이 증가하거나 활동 내성이 떨어졌다는 호소가 있다면, 단순한 적응 과정으로 치부하기보다는 근육량 감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GLP-1 시대의 당뇨병 치료는 체중 감량 자체보다 근육을 보존하면서 대사적 이득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종종 간과되는 요소는 단백질 섭취다. GLP-1 계열 약제는 식욕을 억제하고 위 배출을 지연시켜 전체 섭취량을 감소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단백질 섭취가 비의도적으로 크게 줄어들기 쉽다. 특히 고령 환자나 감량 폭이 큰 환자에서는 체중 kg당 최소 1.2 g 이상의 단백질 섭취를 고려해야 하며, 이는 단순한 영양 권고가 아니라 근육 보존을 위한 치료의 일부로 포함되어야 한다.
운동 역시 ‘체중 감량을 위한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GLP-1 치료 중인 환자에게 유산소 운동만을 강조하는 것은 충분치 않으며, 골격근에 기계적 자극을 주는 저항 운동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근육량 유지는 고강도 훈련이 아니라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근육 자극을 통해 달성된다. 실제 임상에서는 헬스장 기반의 운동이 어려운 환자가 많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근육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접근이 현실적이며, 이러한 개입이 장기적인 기능 보존에 더 중요할 수 있다.
또한 체중이라는 단일 지표에 의존한 치료 성과 평가는 재고될 필요가 있다. 체중이 감소하더라도 근육량이 함께 감소했다면, 이는 ‘성공적인 치료’라고 보기 어렵다. 체성분 분석, 악력, 보행 속도, 의자에서 일어나는 능력과 같은 기능적 지표는 근감소를 조기에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되며, 특히 고위험군에서는 이러한 평가가 치료 초기부터 병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결국 GLP-1 시대의 당뇨병 치료는 ‘얼마나 빠르게 체중을 줄이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몸의 상태를 만들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근육은 혈당 조절의 기반이자, 노쇠와 장애를 가르는 중요한 경계선이다. 체중 감량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손에 쥔 지금, 우리는 그 도구가 근육 소실을 가속화하는 방향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GLP-1 치료의 진정한 완성은 체중 감소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대사 건강과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