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민세희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NAFLD)은 간세포의 5% 이상에서 지방이 축적됨으로 시작하여 괴사성 염증 및 간 섬유증, 궁극적으로는 간경화 및 간세포암종에 이르는 범위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최근 NAFLD가 심장-대사적 기능장애 및 이로 인한 사망률과 관련되어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주목받게 되어 metabolic associated fatty liver disease (MAFLD, 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 질환) 라는 명칭과 정의가 새롭게 제안되기도 하였다.
고지방 및 고열량 식이섭취의 증가에 따른 비만 인구의 증가로 인해 NAFLD 유병률은 서구의 여러 국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국가마다 유병률이 차이가 있으나 선진 국가에서 전체 인구의 약 20~30%로 보고된다. 이에 따라 NAFLD의 진행을 예방하거나 지연시키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으나, 다양한 약물 치료방법이 임상시험 중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NAFLD를 뚜렷하게 호전시키는 치료제가 입증되지 않아서 운동 및 체중감량 등의 생활습관개선이 NAFLD 치료의 가장 중요한 초석으로 남아있다. 본 기고에서는 NAFLD의 발생 및 진행과정에 있어 어떠한 기전을 통해 간세포에 영향을 주는지 소개하고자 한다.
NAFLD의 발병 기전을 설명하는 주요 가설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해온 이론은 "Two-hit theory"이다. 이 과정은 단순 지방간(NAFL) 단계에 해당하는 첫번째 “hit"에서 간세포의 지질 축적과 간의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되는 과정이 선행되며, 두번째 "hit" 단계에서는 산화스트레스 및 ER 스트레스 등에 의해 간염(NASH)과 섬유증이 진행한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NAFLD의 복잡한 병인 및 진행을 보다 잘 설명하기 위해 “multiple parallel-hit”이라는 다중 타격 모델이 더 설득력있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이는 여러가지 유전적 환경적 요인의 조합과 상호작용에 의해 NAFLD의 발생과 진행이 일어난다는 개념이다. "multiple parallel-hit"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인들을 살펴보면, 유전적 다양성 (genetic polymorphism) 및 후생 유전학적인 변형이 관여하며, 대사증후군을 일으키는 서양식 식단과 신체활동의 부족, 비만, 아디포카인 조절이상 및 인슐린 저항성, 지방독성, 장내 미생물 군집의 불균형, 자가포식 및 미토콘드리아 기능 조절 이상, ER 스트레스 등이 총체적으로 관여한다.
우선, NAFLD 발병의 중요한 특징은 간세포의 지방조직 유사기능(adipocyte-like dysfunction)이 증가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된다. 과도한 식이 섭취로 인해 체내에 들어온 과잉 에너지를 지방 조직에서 모두 저장하지 못하게 되면, 간세포에서 지방조직과 유사한 기능을 통해 새로운 지방의 합성이 촉진되는데, 이는 인슐린 저항성 증가를 초래하여 지방의 합성과 분해의 불균형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세포내 유리지방산 (free-fatty acid)이 축적되고, 간세포가 손상되며, 간 지방증 형성, NASH, 간경변, 간세포 암의 발병을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변화를 초래하는 첫번째 단계로써 지방조직에서 렙틴과 아디포넥틴 등 아디포카인의 조절 이상에 의해 염증이 유도되며, 이로 인해 인슐린 신호전달의 장애가 발생한다. 이는 다시 지방조직에서 유리지방산의 섭취 감소 및 지방 분해의 가속화를 초래하여 간으로의 과도한 유리지방산 전달이 일어나게 된다. 간세포에 지질 성분이 과부화되면, 퍼록시좀 및 소포체에서 베타산화 경로가 증가하게 되어 간세포에서 활성산소(ROS)가 증가한다. 산화 스트레스에 의해 간세포의 핵과 미토콘드리아에서 DNA 손상을 일으키고, 미토콘드리아 기능 장애는 베타산화 장애를 초래한다. 결국 처리되지 못한 유리지방산은 에스테르화되어 소포체의 lipid-droplet으로 축적되어 지질 독성을 일으키게 된다.
또한 세포내 소기관인 소포체에서도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항상성 메커니즘으로서 unfolded protein response (UPR) 반응이 활성화되는데, 이는 일종의 세포 스트레스를 감지하는 센서 역할을 하는 과정으로서, 이로 인해 세포의 염증 및 사멸이 증가한다. 또한 장내 미생물군도 NAFL 및 NASH의 발생에 관여하는데, 장애서 유래한 각종 병원체들과 DAMP(damage-associated molecular pattern)들 역시 간내 염증 과정을 촉진시킨다. 결국 위의 모든 과정을 통해 사이토카인 및 growth factor 들이 분비되고 이는 세포 재생의 과정 중 하나로써 '섬유화 과정'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NAFLD 위의 다양한 요소와 메커니즘이 관련된 복잡한 병인 기전을 가지고 있어, 이를 치료하는 소위 "wonder drug"를 개발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과제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임상시험 및 개발단계의 약제를 제외하고, 우리에게 꽤 친숙한 당뇨병 약제인 SGLT2 억제제는 NAFLD 치료 효과에 대해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NAFLD에 대한 SGLT2 억제제의 작용은 당뇨병의 동반 여부 혹은 혈당감소 효과와 관계없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된 기전인 체중 감소 외에도 ER 스트레스, 산화스트레스, 저강도 염증, 자가포식 및 세포 사멸 등 여러 메커니즘의 조절을 통해 직접적으로 간세포의 염증반응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세포, 동물 실험 및 임상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다. 또한 SGLT-2 억제제 계열 내에서 관찰되는 서로 다른 효과는 개별 약물의 작용기전에 따른 차이가 있을 것을 시사하며, 간조직 염증 뿐 아니라 간 섬유화 과정에 대한 지연 또는 억제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추후 연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